비탈- 2004. 12. 16. 20:20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 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詩: 여백 / 도종환 
흐르는 음악 David Foster - Love theme from E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