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듬기-글,노래
[스크랩]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비탈-
2005. 11. 17. 19:33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 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 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가꾼 국화의 우아함 보다는
해가뜨고 지는일에 고개를 끄덕일줄 아는
구절초 이었음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일이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 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없는 사랑말고
저무는 들녘 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순 없을까?
바람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어깨를 기댄채
우리서로 물이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 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 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다~~~
-도종환-
출처 :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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