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듬기-글,노래

머리보다 가슴으로

비탈- 2005. 3. 26. 09:03

가정보다,자신의 여가보다 일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진급을 거듭한 끝에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이사의
자리에 오른 그 사람이
어느 날 암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쌓아 놓았던 것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절망감에
휩싸여 있던 그 사람.

 

죽음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간의 어느 날.
집에서 누워지내다 커튼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아침햇살에
창문을 열어보고는
이런 후회를 했다고 합니다.

 

"나는 왜 그 동안 아침에 만나는
이 찬란한 햇살을 보고
단순하게 '아 좋구나!'하고
감탄하지 못했던가.

 

우유배달 아주머니의 이마에 맺힌 저 땀방울.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이 머금은 저 미소의 소중함을
나는 왜 이제야 깨닫게 되었는가"라고

행복은 크고 거창한 것에 있지 않습니다.


높고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낮고 가까운 곳,내가 서 있는
바로 이 자리에 행복은 숨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내게 건네는 따스한 한 마디 말 속에,
길가에서 엄마의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걷고 있는 아이의 미소에,
이른 아침 커튼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 한줌에서
나는 행복의 소리를 듣습니다.

 

더없이 푸르기만한 가을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잡은 두 손에서
나는 행복의 속삭임을 듣습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늘
내 곁에 살아 숨쉬고 있다는 사실.


머릿속으로는 다 알고 있으면서
이 사실을 가슴으로 내리기까지는
왜 그리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요.

 

 

          【 박성철 산문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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