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22일 (목) 18:58 한국일보 | |||||
[보성] 높이 150m 초대형트리 점등 | |||||
차는 푸르름의 상징이다. 굳이 녹차(綠茶)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이다. 그래서일까, 차를 떠올렸다 하면 우리의 생각은 특정 계절에만 머무르기 일쑤다. 가까운 예로 KBS2 TV의 드라마 ‘여름 향기’가 누볐던 여러 촬영지 중 보성 녹차밭이 인상적이었던 것도 그런 이미지 덕을 톡톡히 보았을 것이다. 여행에서도 이런 공식은 그대로 적용된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보성 녹차밭은 봄이나 여름 여행지로 인기 있다. 나머지 계절은 외면 받는다. 하지만 차나무는 소나무처럼 사시 사철 푸르다. 갓 볶아낸 우전(雨前ㆍ곡우가 지나기 전에 채취한 잎으로 만든 것으로, 차 중에서 최고로 친다)을 맛볼 요량이 아니라면, 보성의 차밭은 계절 구분이 필요 없는 곳이다. 관광객들의 선입견이 여전히 강한 모양이다. 겨울 녹차밭은 늘 인적이 끊어진 고요의 세상이다. 이 곳 주민들이 그냥 물러설 사람들이 아니다. 버려진 비탈진 산 중턱을 캔버스 삼아 차나무라는 물감으로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상의 풍경화를 그려낸 그들 아닌가. 이번에는 차밭에 수십만개의 전구를 들여 화려한 조명을 덧입히기 시작했다. 환상적인 녹차밭 풍광이 펼쳐지는 보성군 회천면 영천리 봇재로 가 보자. 이 곳이 기억에 가물가물거리는 사람도 있겠다. 바로 1999년 세계 최대의 밀레니엄 모형 트리가 만들어진 곳이다. 15일부터 이 곳에 다시 초대형 트리가 등장했다. 2003년에 이어 세번째이다. 높이 150m, 폭 130m의 모형 트리이다. 은하수 전구 40만개, LED(발광 다이오드)전구 3만개가 밤을 밝힌다. 아치형으로 조성한 차밭 황토길을 따라 빛나는 40만개의 전구덕에 밤이 살아 온다. 여기까지가 꿈의 세계로 들어 가는 입구다. 연 이어 내린 폭설은 초록 차밭을 설국으로 만들었다. 하얀 습자지에 꿈틀대는 구렁이 같다고나 할까. 여기에 조명이 더해지니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찔한 풍광을 연출한다. 을씨년스럽기만 하던 겨울의 보성 녹차밭이 서울 도심의 크리스마스를 방불케 하는 변신에 성공했다. 매일 해질녘에 맞춰 시작된 조명은 이튿날 오전 2시까지 이어진다. 차와 빛의 축제는 내년 3월말까지 계속되며 입장료는 무료. 화려한 야간 트리 조명 뒤에는 주민들의 야무진 속내가 담겨있다. 서울에서 5~6시간을 내달려야 겨우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니, 일단 밤에 트리를 보기로 마음먹었다면 십중팔구는 이 곳에서 숙박까지도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한 것. 관광을 경제와 연관시켜 시너지 효과에 주목한 치밀함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하기야 여기까지 와서 녹차밭만 보고 간다면 어렵게 들인 발품이 아깝다. 잠을 청한 뒤 이른 아침부터는 본격적인 보성 여행에 나서 보자. 봇재 고개를 지나 만나는 율포 해수욕장은 고흥에서 솟아오르는 태양이 득량만을 붉게 물들이는 일출의 장관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보성군이 직영하는 국내 유일의 해수 녹차탕 덕에 밤새 얼었던 몸을 녹일 수도 있다. 여기까지가 보성의 자연 기행이라면 이제부터는 문화 기행 차례. 벌교가 기다린다.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의 주무대다. 지금도 소설에 등장하는 건물들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덕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벌교 포구를 가로지르는 여러 다리 중에서 가장 오래된 곳이 홍교(虹橋ㆍ보물 304호)이다. 무지개 모양을 닮은 이 돌다리의 원래 이름이 뗏목으로 연결한 다리라는 뜻의 벌교(筏橋)였다. 마을 이름이 바로 여기서 유래했던 것이다. 선암사의 초안선사가 건립한 까닭에 그 절의 홍교와 모습이 너무도 흡사하다. 소설의 주인공 염상구가 깡패 왕초 땅벌과 함께 담력 시험을 했던 철다리, 임만수와 대원들이 숙소로 사용했던 남도여관, 벌교금융조합 등이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보성=글ㆍ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
출처 : 녹차밭 트리 점등
글쓴이 : 나무꾼(10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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