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세상

[스크랩] 달차池로 오소서...^^*

비탈- 2006. 6. 9. 20:13


대나무 관을 통한 물이
달차지 수면 위로 떨어질 때
그 모습에
그 소리에
두 손을 모아야 했다.
저 연못 속에
내 수분도 함께 섞어 담갔다.

달이 차면 보이리라
내 님의 얼굴
저 물 속에서도 보여질 터
연못속 내 수분은
달 찬 밤에
그 님 얼굴로 젖어들리라

이제
내 님의 얼굴
밤 하늘에서 보고
둥근 달
저 연못속에서도 만날 수 있으니
달차池에
그 님 얼굴 뜨는 밤
내 얼굴 그 곁에 두리라



5월 한달을 꼬박 걸려서 만들어진 연못이라지만
사실은 4년 전부터 마음에 품어오던 연못이 아니었던가
연못이 얼추 만들어졌다는 기쁨보다도
제주에서 내가 이루어야 할 "작은 꿈 하나"를
창포와 연잎 몇장 떠 있는
저 붉게 비추는 연못물 속에서 본 것 같은 이 기분이 더 좋다.

연못위를 지나던 하얀 전선줄을 땅으로 묻고
물이 떨어지는 위치도 조금 바꾸어 놓고
떨어지는 물에 창포가 피곤치 않도록 항아리를 조금 옮겨 놓는 일로써
이 5월의 일을 마무리 지었다.



좁은 물길엔 창포 항아리 두개와 부레옥잠 두뿌리 띄워 놓았다.
부레옥잠은 어제 하얀도화지의 민들레 아주망에게 가서 얻어 왔는데
잘 번식하는 식물이므로 금방 식구를 늘려 연못물도 맑게 해줄 것이고
옥잠의 뿌리는 그 안의 물고기들에게 훌륭한 먹이도 되어 줄 것.
맘씨 좋은 제주 아지망이 한 봉지 가득 캐어준 딸기 묘종도
텃밭에 정성껏 심었는데 그 집의 딸기처럼 열매가 잘 열릴지는 모르겠다.



도대체 언제가 되어야
내 뜻하는 모양대로 되어질까..
도무지 막막하고 갑갑하게만 여겨졌던 많은 일들이
세월이 흐르메..계절이 바뀌메
하나 둘씩 아주 조금씩 그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그것은 절대로 더디거나 게으른 것이 아님을,
시간과 기다림의 순리이며
이상을 향한 이에게 단지 필요한 몇가지를 주문했을 뿐이다.
자연과 시간이 내게 요구했던 아주 작은 단 몇가지에
나는 얼마나 교만했으며 때로는 당황스러워 했던가..
다행히,
그럼에도 자연은 그의 이름으로 그대로 있어 주었고
시간은 독촉없이 흘러주었다
지나온 일이 되었기 때문일까..?
어쨌거나 얼마나 큰 고마움 인가.



언제부턴가,
해야 할 일들이 정신없이 쌓여 있어
그 순서조차 정하기 힘들 정도의 일 앞에서도
조금씩 여유가 생겨나는듯 하다.

"괜찮아..하나하나 해나가다 보면 줄어들겠지.."
"아무리 많아도 언젠가는 끝을 보겠지.."

이 두가지 말을 중얼거리며
허리가 부러져라 흙을 채운 양동이를 날랐고
물집이 터지도록 나무를 깎았다.
그랬다..
그것은 약속해줄 수 있는 것에 대한 믿음이었다.
마치,
힘들게 찾아간 백록담에 산안개 끼어 현상이 보이지는 않더라도
그 자리에 백록담이 있다는 것을 믿듯이 말이다.



이 곳의 내게는 완성이라는 말이 없다.
끊임없는 추구와
시간과 자연 앞에서 늘 모자란다는 의미로
내 삶도, 이 자리도 언제나 미완성이다
어떤 일이든
완성은 조합이 이루어 낸다.
그 많은 조합들 중에서 시간과 자연에 대한
내 믿음과의 조합이야 말로 우선해야 할 조합이라는 것을
지난 4년이 가르쳐 주었다.



이 5월의 작업도 하나의 매듭이 지어졌을 뿐이다
내가 보아도 달차지(池) 역시
여러가지로 모자라고 궁색한 면이 보인다.
연못 뒤에 동산이 살아나야 조금 나아질 것이고
쌓여진 돌들이 비바람에 깎이고
그 살에 푸른 이끼가 돋아야 제 맛도 나겠지.
하지만, 나에게 있어
저 궁색한 달차지는 그 어느 연못보다도 사랑스러울 것이다.

하나의 단락은 또 하나의 단락으로 향한다
부족한 하나하나의 단락들이 조합되어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이 자리에서 단락되어지는 것들의 실체가
어떤 모습으로 조합되어 나타날 지는
내 바램은 있지만 아직은 역시 희미할 뿐이다.
그러나 나는,
그 희미함까지도 믿으며
또 다른 매듭을 위하여 오늘 새롭게 삽을 든다.



어제 오일장에서 어린 잉어녀석들 여섯마리와
금붕어 열마리를 더 구해 연못에 풀어 놓았다.
어린녀석들에게는 제법 너르게 살 곳이 되겠지.
마음껏 살아가거라~~



달차지 작업을 끝내고..
혼자서 자축이라도 하였던 걸까? ㅎㅎ
몇일 전에 작은 돌이 담긴 양동이를 들다가
그만 허리가 상했다.
큰 돌들의 틈새를 메울 작은 돌들이었는데
긴장을 풀고 너무 우습게 본 탓이다.
그래..허리도 고치고 자축도 할 겸해서
마트에서 닭한마리 사다가 고우는 중인데
저 속에 모모가 들어갔나 볼까?
음..우선은 파,마늘다진거,소주 반병..요건 기본으로
허리가 나으려면 지네가 들어가야 한다네..해서 지네 열마리쯤.
그리고, 집에서 키우는 가시오가피와 녹찻잎.
산적이 인삼이니 이런거 넣을 형편은 안되지만
그래도 저 정도면 괜찮은 보약이 될것 같지 않나요? 하하~

강수님의 고운 노래속에서 함께 나누시는
이 곳의 님들께 감사드리며
저 연못속에서 초승달인가? 암튼 눈썹달을 보았는데..
어느 님의 달이었을까?
님의 달 찾으러..달차池로 오소서 ^^*

출처 : 달차池로 오소서...^^*
글쓴이 : 나미송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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